전세권설정은 임대인이 동의하고 서류를 내줘야 되고,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인 동의가 필요 없다. 두 제도를 가르는 실질적인 갈림길은 이 한 줄이다. 비용도 자릿수가 다르다 — 보증금 3억원이면 전세권설정의 세금만 72만원인데, 임차권등기명령 신청비용은 총 4만3,400원이다.

이름이 비슷해 보여도 둘은 쓰는 시점이 다르다. 전세권설정은 계약을 시작할 때 임대인과 합의해 등기하는 것이고, 임차권등기명령은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은 뒤에 법원에 신청하는 것이다. 하나는 예방책, 하나는 사후 대응책이다.

물권과 채권 — 성질이 만든 차이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는 전세권을 민법 제303조의 물권, 임차권을 민법 제618조의 채권으로 구분한다. 물권은 부동산 자체에 붙는 권리라 소유자가 바뀌어도 따라가고, 채권은 사람 사이의 약속이라 특별법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얹어줘야 비슷한 효과가 난다. 이 출발점 차이가 아래 항목 전부를 결정한다.

구분전세권설정임차권등기(명령)
법적 성질물권 (민법 제303조)채권 (민법 제618조)
임대인 동의필요 — 인감·서류 협조 필수불필요 — 법원 결정으로 등기
등기 시점계약 초기계약 종료 후 보증금 미반환 시
경매 신청판결 없이 직접 가능 (제318조)집행권원(판결 등) 필요
존속기간최대 10년 (제312조)계약 약정에 따름
양도·전대가능 (제306조, 설정행위로 제한 가능)임대인 동의 필요

표에서 가장 무게가 큰 줄은 경매 신청이다. 민법 제318조는 전세금 반환이 지체되면 전세권자가 목적물의 경매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확정일자만 받아둔 임차인은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을 걸어 승소한 뒤에야 강제집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 소송 기간이 통째로 앞에 붙는다는 뜻이다.

흐린 오후 서울 주택가 골목의 다세대주택 외관

보증금별로 비용은 얼마나 갈리나

전세권설정의 세금은 보증금에 비례한다. 등록면허세 기준에 따라 전세권·임차권 설정 등기는 채권금액(전세보증금)의 0.2%가 등록면허세이고, 그 세액의 20%가 지방교육세로 더 붙는다. 합치면 보증금의 0.24%다. 보증금 구간별로 직접 계산했다.

보증금등록면허세 (0.2%)지방교육세 (세액의 20%)전세권설정 세금 합계임차권등기명령 신청비용차이
1억원20만원4만원24만원4만3,400원19만6,600원
2억원40만원8만원48만원4만3,400원43만6,600원
3억원60만원12만원72만원4만3,400원67만6,600원
5억원100만원20만원120만원4만3,400원115만6,600원

임차권등기명령 쪽 4만3,400원은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의 신청비용 예시(임대인 1명·임차인 1명·주택 1개 기준)를 그대로 합산한 값이다. 인지대 2,000원, 등기수입증지 3,000원, 송달료 5,200원 6회분 3만1,200원, 등록면허세 7,200원이다. 보증금이 얼마든 이 구성은 그대로다. 전세권설정 쪽 표에는 등기신청수수료와 법무사 보수가 빠져 있으니 실제 지출은 더 늘어난다.

보증금이 커질수록 전세권설정의 비용은 비례해 커지고, 임차권등기명령의 비용은 그대로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 전세사기피해자가 임차권등기명령 집행에 따라 임차권등기를 하는 경우에는 등록면허세가 2026년 12월 31일까지 면제되는 것으로 실무 안내가 나와 있다. 해당 여부는 피해자 결정문을 근거로 관할 지자체에서 확인해야 한다.

부엌 식탁에서 서류 봉투를 정리하는 손과 도장

임차권등기, 언제 쓰나

임차권등기명령의 핵심 효용은 비용이 아니라 이사를 갈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로 얻은 대항력·우선변제권은 그 집에 계속 살면서 주민등록을 유지하는 것을 조건으로 붙어 있다.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다른 집으로 전출하면 그 조건이 깨진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면 이사를 하거나 전출 신고를 해도 기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등기에 실려 그대로 유지된다.

순서로 정리하면 이렇다.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못 받았고, 직장이나 자녀 학교 문제로 이사를 미룰 수 없는 상황 — 이때 임대인 동의를 구할 필요 없이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등기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이사한다. 등기 완료 전에 먼저 전출하면 순위를 잃을 위험이 있으므로 등기부 확인이 순서상 먼저다. 집이 실제로 경매로 넘어갔을 때의 배당 순위는 최우선변제 기준이 따로 정한다.

이른 아침 법원 건물의 외부 계단과 기둥

전세권설정이 유리한 경우는

비용이 열 배 이상 비싼데도 전세권설정을 택할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첫째, 판결 없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다. 민법 제318조가 전세권자에게 직접 경매청구권을 준다. 임차권등기만 있으면 등기는 됐어도 경매를 걸기 위해 별도 집행권원이 필요하고, 그 집행권원을 얻는 데 소송이 들어간다. 보증금이 크고 임대인의 반환 의사가 불투명하다면 이 시간 차이가 비용 차이를 넘어설 수 있다.

둘째, 전입신고를 할 수 없거나 하지 않는 경우다. 대항력의 조건인 점유와 주민등록을 갖출 수 없는 상황이라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가 애초에 작동하지 않는다. 물권인 전세권은 등기 자체로 효력이 생기므로 이 공백을 메운다. 다만 임대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선택지에서 사라진다는 전제가 늘 붙는다. 계약 단계에서 예방책을 쌓는 방법으로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조건도 함께 비교 대상이 된다.

이삿짐 박스 옆에 서 있는 30대 여성과 빈 원룸

확인해볼 것

  •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의 근저당 설정액 — 전세권을 설정해도 선순위 근저당이 크면 순위상 의미가 줄어든다
  • 보증금 × 0.24% — 전세권설정을 검토한다면 이 세금이 먼저다. 등기신청수수료와 법무사 보수는 별도
  •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시 등기부 완료 확인 — 등기가 올라간 것을 확인한 뒤 전출·이사 순서를 잡는다
  • 전세사기피해자 결정을 받았다면 등록면허세 면제 대상인지 관할 지자체 세무과에 확인
  • 계약 종료일과 갱신 거절 통지 시점 —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차가 종료된 것을 전제로 신청한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