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기사항증명서 을구에 적힌 채권최고액은 집주인이 실제로 빌린 돈이 아니라 담보가 책임지는 상한선이다. 통상적인 관행대로 원금의 120%로 설정됐다면 대출 원금은 채권최고액을 1.2로 나눈 값이다. 채권최고액 2억4,000만원이면 원금은 약 2억원이다.

이 한 번의 나눗셈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 계약에서 위험을 재는 식은 '선순위 채권 + 내 보증금'이 시세의 몇 퍼센트냐인데, 여기서 쓰는 선순위 채권 값을 원금으로 잡느냐 채권최고액으로 잡느냐에 따라 안전선이 수천만원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120%주택담보대출 근저당 통상 설정비율
1억6,500만원서울 소액임차인 보증금 기준
5,500만원서울 최우선변제 한도

책상 위 서류 뭉치의 종이 단면 클로즈업 — 등기사항증명서를 상징하는 이미지

채권최고액이 원금보다 큰 이유

근저당권은 저당권과 달리 장래에 늘어날 채권까지 미리 담보하는 권리다. 어니스트펀드 설명은 채권최고액이 원금뿐 아니라 이자와 지연손해금 등 부수채권까지 담보하기 위해 설정하는 상한선이라고 정리한다. 연체가 길어져 이자가 쌓여도 그 한도 안에서는 은행이 담보로 회수할 수 있고, 한도를 넘는 부분은 담보 밖으로 밀린다.

뱅크몰 자료는 설정 비율이 통상 원금의 110~120% 수준이며, 주택담보대출 1억원이면 등기부상 채권최고액이 1억1,000만원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한다. 자료에 따라 120~130%로 소개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대출 종류와 금융기관에 따라 관행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1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110~120%, 상호금융이나 제2금융권은 130% 안팎이 흔하다.

등기부의 구조도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갑구는 소유권에 관한 사항이고, 근저당권은 소유권 이외의 권리를 적는 을구에 기재된다. 을구에 근저당권설정 등기가 여러 건이면 접수 순서대로 순위번호가 매겨지고, 배당은 이 순위를 따라간다.

채권최고액은 은행이 회수할 수 있는 최대치이고, 그 최대치가 소진되고 남은 금액에서 임차인의 순번이 시작된다.

채권최고액에서 대출 원금은 어떻게 역산하나

등기부에는 원금이 적히지 않으므로 설정 비율을 가정해 나눌 수밖에 없다. 세 가지 비율을 모두 대입한 결과가 아래 표다.

등기부상 채권최고액 (원)110% 설정 시 추정 원금 (원)120% 설정 시 추정 원금 (원)130% 설정 시 추정 원금 (원)
1억 2,000만1억 909만1억9,231만
2억 4,000만2억 1,818만2억1억 8,462만
3억 6,000만3억 2,727만3억2억 7,692만

같은 채권최고액 2억4,000만원이라도 설정 비율에 따라 추정 원금은 1억8,462만원에서 2억1,818만원까지 3,356만원 폭으로 벌어진다. 여기서 실무적 결론이 하나 나온다. 역산한 원금은 참고값일 뿐이고, 계약 안전성을 따질 때는 채권최고액을 그대로 쓰는 것이 보수적이며 안전하다. 원금은 상환으로 줄어들 수 있지만 채권최고액은 감액등기를 따로 하지 않는 한 그대로 남아 있고, 경매에서 은행이 청구할 수 있는 상한도 그 금액이기 때문이다.

부엌 식탁 위 계산기를 앞에 둔 손 — 채권최고액에서 원금을 역산해보는 장면

원금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계약 전 임대인에게 금융기관 발급 대출잔액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다. 등기부만으로는 상환 여부를 알 수 없고, 잔액이 0원이어도 근저당권설정 등기는 말소하기 전까지 남아 있다.

내 보증금은 얼마까지가 안전선인가

실무에서 쓰이는 기준선은 '선순위 채권최고액 + 보증금'이 시세의 일정 비율을 넘지 않는 것이다. 뱅크몰 자료는 채권최고액과 전세보증금의 합이 주택 시세의 70%를 넘어갈수록 위험하다고 본다. 시세 6억원 아파트에 이 기준선과 조금 더 느슨한 80% 기준을 함께 대입해 보증금 상한을 계산했다.

선순위 채권최고액 (원)70% 기준 보증금 상한 (원)80% 기준 보증금 상한 (원)
없음4억 2,000만4억 8,000만
6,000만3억 6,000만4억 2,000만
1억 2,000만3억3억 6,000만
2억 4,000만1억 8,000만2억 4,000만
3억 6,000만6,000만1억 2,000만
4억 2,000만06,000만

표에서 읽히는 규칙은 단순하다. 채권최고액이 1억원 늘면 안전한 보증금 상한은 정확히 1억원 줄어든다. 시세 6억원에 채권최고액 3억6,000만원이 잡혀 있다면 70% 기준으로 감당 가능한 보증금은 6,000만원에 불과하다. 전세로는 성립하기 어려운 조건이고, 월세라면 보증금을 이 선 아래로 낮추는 선택지가 남는다.

기준선을 몇 퍼센트로 잡느냐는 결국 시세 하락을 얼마나 견딜 것이냐의 문제다. 70%로 잡으면 경매에서 낙찰가율이 70%까지 떨어져도 보증금이 회수 범위에 들지만, 80%로 잡으면 그 완충이 사라진다. 보증기관의 기준은 이보다 느슨한 편인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부채비율 90%를 가입 기준선으로 두는 것과 비교해보면 실무 기준선이 얼마나 보수적인지 가늠할 수 있다. 보증 가입이 되는 물건과 안전한 물건이 같은 말은 아니다.

저녁 무렵 아파트 단지 외경 — 시세 대비 보증금 안전선을 상징하는 이미지

다가구주택이라면 계산이 한 단계 더 복잡해진다. 등기부에는 나타나지 않는 다른 세대의 선순위 보증금까지 합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구조의 차이는 다가구와 다세대의 차이에서 따로 정리했다.

최우선변제금은 얼마까지 보호되나

선순위 근저당이 있어도 보증금이 일정액 이하인 임차인은 근저당권자보다 먼저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10조·제11조가 정한 지역별 금액은 다음과 같다.

지역소액임차인 보증금 기준 (원)최우선변제 한도 (원)
서울특별시1억 6,500만 이하5,500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 세종·용인·화성·김포1억 4,500만 이하4,800만
광역시(과밀억제권역·군 제외), 안산·광주·파주·이천·평택8,500만 이하2,800만
그 밖의 지역7,500만 이하2,500만

조건이 세 가지 붙는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① 경매개시결정 등기 전에 대항요건(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갖춰야 하고 ② 경매나 체납처분에 따른 매각이어야 하며 ③ 배당요구 또는 우선권 신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최우선변제 총액은 주택가액의 2분의 1을 넘지 못한다. 임차인이 여럿이면 이 한도를 각자 금액 비율대로 나눈다.

적용 기준일에도 함정이 있다. 기준이 되는 것은 전입신고일이나 계약일이 아니라 그 집에 최초로 담보물권이 설정된 날짜의 법령이다. 2010년에 근저당이 잡힌 집에 지금 들어간다면 지금의 5,500만원이 아니라 그 시점 시행령의 금액이 적용된다. 등기부 을구에서 확인해야 할 것이 채권최고액만이 아닌 이유다.

서울에서 보증금 2억원짜리 전세라면 소액임차인 기준인 1억6,500만원을 넘으므로 최우선변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구간의 임차인에게 남는 방어선은 확정일자에 따른 순위배당과 보증보험뿐이고, 이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로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는 절차가 별도로 필요하다.

아파트 현관문 손잡이와 잠금장치 클로즈업 — 임차인의 대항요건을 상징하는 이미지

확인해볼 것

  • 계약 당일과 잔금일에 등기사항증명서를 각각 열람 — 계약 후 잔금 전에 근저당이 추가로 설정되는 경우가 있다. 인터넷등기소에서 발급받아 을구 순위번호를 확인한다.
  • 채권최고액을 그대로 대입해 계산 — 역산한 원금이 아니라 채권최고액 + 보증금이 시세의 70%를 넘는지 본다. 넘으면 보증금을 낮추거나 다른 물건을 본다.
  • 대출잔액증명서 요구 — 원금이 상환됐다는 임대인의 말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잔액이 0원이면 잔금일에 근저당권 말소를 특약으로 건다.
  • 최초 담보물권 설정일 확인 — 최우선변제금 적용 법령이 그 날짜로 결정된다. 을구 첫 근저당의 접수일자를 본다.
  •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잔금일 당일 — 대항력은 전입신고 다음 날 0시에 발생하므로 잔금일에 설정된 근저당보다 순위가 밀린다. 잔금일 근저당 설정 금지를 특약에 넣는 것이 이 시차를 막는 방법이다.
  • 다가구라면 선순위 보증금 총액 확인 — 등기부에 나오지 않는다. 임대인에게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요구하거나 주민센터에서 열람 동의를 받는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