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를 마친 날에는 아직 대항력이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그 다음 날부터 제3자에 대한 효력이 생긴다고 정하고, 이 문장은 다음 날 오전 0시를 뜻한다. 잔금을 치른 당일 오후에 임대인이 그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 등기 접수는 당일에 효력이 생기므로 은행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는 늘 나란히 붙어 다니지만 만들어 내는 권리가 다르다. 하나는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가도 계약 기간까지 살 수 있는 힘이고, 다른 하나는 집이 경매로 팔렸을 때 배당 순서를 앞당기는 힘이다. 둘 중 하나만 갖추면 절반만 보호된다.

현관 도어락 앞에서 열쇠를 쥔 손 클로즈업

전입신고는 대항력, 확정일자는 우선변제권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는 대항력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 그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 대하여 효력이 생기고, 전입신고를 한 때에 주민등록을 마친 것으로 본다고 설명한다. 인도, 즉 열쇠를 받아 실제로 점유를 시작하는 것과 전입신고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성립한다. 짐만 들여놓고 주소를 옮기지 않았거나, 주소만 옮기고 점유하지 않았다면 요건이 채워지지 않는다.

우선변제권은 여기에 하나를 더 얹는다. 대항요건인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에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까지 갖춘 경우에 취득된다. 확정일자는 그 날짜에 이 계약서가 존재했음을 법이 인정해 주는 표식이다. 확정일자만 받아 두고 이사와 전입신고를 미뤘다면 우선변제권은 아직 없다.

순서 규칙도 정해져 있다. 인도와 전입신고를 마친 당일 또는 그 이전에 확정일자를 받아 뒀다면 우선변제권은 인도·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 오전 0시에 생긴다. 확정일자를 나중에 받으면 그 받은 날에 생긴다. 확정일자는 잔금을 치르기 전에도 미리 받아 둘 수 있으므로, 계약서를 쓴 직후에 처리해 두는 편이 시점 관리에 유리하다.

하루의 공백이 순위를 바꾼다

날짜를 임의로 잡아 놓고 보면 그 하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분명해진다. 8월 20일에 계약서를 쓰면서 확정일자를 받고, 8월 26일에 잔금을 치르고 입주하며 전입신고까지 마친 경우를 가정한 타임라인이다.

시점임차인 쪽임대인·은행 쪽그 시점의 순위
8월 20일계약서 작성, 확정일자 부여-권리 없음 (대항요건 미비)
8월 26일 오전잔금 지급, 인도(입주), 전입신고-아직 효력 없음
8월 26일 오후-근저당권 설정등기 접수은행 단독 1순위
8월 27일 0시대항력·우선변제권 발생-은행 1순위 / 임차인 2순위

표의 날짜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다. 핵심은 8월 26일 오후와 8월 27일 0시 사이의 간격이다. 임차인은 그날 할 수 있는 모든 절차를 마쳤는데도 은행보다 뒤로 밀린다. 확정일자를 6일이나 앞서 받아 뒀다는 사실도 이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우선변제권의 발생 시점 자체가 대항요건을 갖춘 다음 날 0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사기예방센터가 계약 체결 후 유의사항으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나란히 놓고 안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늦은 오후 서울 다세대 주택 밀집 골목

이 하루를 좁히는 방법

제도상 하루를 없앨 수는 없다. 대신 계약서와 일정으로 위험 구간을 줄인다. 잔금일 당일과 그 다음 날까지 임대인이 담보를 설정하거나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특약, 위반하면 계약을 해제하고 손해를 배상한다는 조항이 실무에서 쓰인다. 잔금 다음 날 오전에 등기사항전부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아 을구에 새 근저당이 접수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같은 목적이다.

등기부에 이미 근저당이 있다면 순위 이전에 금액부터 따져야 한다. 채권최고액은 실제 대출 원금보다 크게 잡히는 것이 보통이라, 내 보증금과 합쳐 집값의 어느 선까지 차오르는지를 계산해야 한다. 계산 방법은 등기부 을구로 전세 안전선을 계산한 글에 정리해 뒀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대 방향의 문제가 생긴다. 전입신고를 새 주소로 옮기는 순간 대항요건이 깨지고,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함께 사라진다. 이때는 임차권등기명령으로 권리를 등기부에 남긴 뒤 주소를 옮기는 순서가 된다.

대항력은 신청한 날이 아니라 그 다음 날 0시에 태어난다. 계약서에서 지켜야 할 것은 금액만이 아니라 이 하루다.

이삿짐 상자 사이에서 휴대폰을 보는 30대 여성

보증금이 소액이면 순위와 무관하게 먼저 받는다

순위 싸움에서 밀려도 일부를 먼저 받는 장치가 있다.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다. 법제처 안내 기준으로 서울특별시는 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가 소액임차인 범위이고 우선변제 금액은 5,500만원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서울 제외)과 세종·용인·화성·김포는 1억4,500만원 이하에 4,800만원, 광역시 등은 8,500만원 이하에 2,800만원, 그 밖의 지역은 7,500만원 이하에 2,500만원이 적용된다.

요건이 더 붙는다. 경매신청의 등기 전에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갖추고 배당요구 종기까지 이를 유지해야 하며, 집행법원에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 확정일자는 최우선변제 자체의 요건은 아니지만, 소액 범위를 넘는 나머지 보증금을 순위에 따라 받으려면 필요하다.

금액에는 천장이 하나 더 있다. 우선변제 금액이 주택가액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주택가액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만 받는다. 서울에서 보증금 1억5,000만원인 임차인을 놓고 낙찰가별로 이 규정을 대입하면 이렇게 갈린다.

낙찰가(주택가액, 원)주택가액의 2분의 1 (원)소액임차인 1인일 때 수령액 (원)소액임차인 2인이 나눌 때 1인당 (원)
2억원1억원5,500만원5,000만원
1억5,000만원7,500만원5,500만원3,750만원
1억원5,000만원5,000만원2,500만원
8,000만원4,000만원4,000만원2,000만원

표의 수령액은 서울 기준 우선변제 한도 5,500만원과 주택가액 2분의 1 규정을 대입해 계산한 값이다. 낙찰가 2억원짜리 집에 소액임차인이 한 명이면 5,500만원을 온전히 받지만, 두 명이면 두 사람 몫의 합계 1억1,000만원이 주택가액의 절반인 1억원을 넘어 각자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낙찰가가 8,000만원까지 내려가면 한 명이어도 4,000만원에서 끊긴다.

다가구주택처럼 한 건물에 임차인이 여러 세대인 구조에서 이 계산이 특히 무겁게 작동한다. 세대 수가 곧 나눠 갖는 사람 수이기 때문이다. 등기부만으로는 같은 건물에 몇 세대가 살고 있는지, 앞선 임차인들의 보증금 합계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임대인에게 확정일자 부여 현황과 미납 국세 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된 것도 이 정보 격차 때문이다.

해질 무렵 아파트 단지 벤치에 앉은 40대 남성의 뒷모습

확인해볼 것

  • 확정일자를 계약서 작성 직후에 받아 뒀는지 — 잔금 전에도 부여받을 수 있다
  • 잔금 지급, 인도, 전입신고 세 가지를 같은 날 맞췄는지 — 셋이 다 있어야 다음 날 0시에 효력이 생긴다
  • 잔금일과 그 다음 날까지 담보 설정을 금지하는 특약, 위반 시 해제·손해배상 조항이 계약서에 있는지
  • 잔금 다음 날 오전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을구에 새 근저당이 접수됐는지
  • 내 보증금이 지역별 소액임차인 범위(서울 1억6,500만원 이하) 안인지
  • 같은 건물에 임차 세대가 몇인지, 앞선 임차인들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열람할 수 있는지
  • 보증금을 못 받고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뒤에 주민등록을 옮기는지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