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2개월 전까지 임대인도 임차인도 아무 말을 하지 않으면 계약은 전과 똑같은 조건으로 2년 더 이어진다. 차임은 한 푼도 오르지 않고, 임차인은 그 뒤 언제든 나가겠다고 통지한 날부터 3개월이면 계약을 끝낼 수 있다.

같은 2년 연장이라도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얻는 2년은 조건이 다르다. 차임을 5% 이내로 올릴 수 있고, 권리는 1회만 쓰면 사라진다. 전세 4억이면 2,000만원이 오갈 수 있는 차이가, 만기 두 달 전에 문자 한 통을 보냈는지 여부로 갈린다.

두 제도는 이름이 비슷하고 결과도 비슷해 보이지만, 성립 방식·비용·소진 여부가 전부 다르다.

같은 2년이라도 아무 말 없이 얻은 2년과 권리를 써서 얻은 2년은 값이 다르다.

묵시적 갱신은 아무도 말을 안 하면 성립한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가 정리한 요건은 두 줄이다.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사이에 갱신거절이나 조건변경 의사를 알리지 않고, 임차인도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그런 통지를 하지 않으면,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본다. 이때 존속기간은 2년이다.

성립에 필요한 행동이 없다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서류를 새로 쓰지 않아도, 도장을 다시 찍지 않아도, 중개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계약은 연장된다. 다만 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에 이르도록 연체했거나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에는 묵시적 갱신이 적용되지 않는다.

임대차 기간 중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로 확보한 대항력은 같은 조건의 연장이므로 그대로 유지된다. 대항력이 발생하는 시점 자체를 다룬 내용은 전입신고와 대항력의 하루에 정리돼 있다.

부엌 식탁에 놓인 도장과 볼펜

1회 소진이 붙는 쪽은 갱신요구권뿐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근거한 별개의 권리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갱신을 요구할 수 있고, 이 권리는 1회에 한하여 행사할 수 있으며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이다. 차임 증액은 제7조를 준용해 5% 이내로 제한된다.

횟수 제한이라는 조건은 제6조의3의 갱신요구권에만 붙어 있다. 묵시적 갱신 조문에는 몇 번까지라는 제한이 없다.

만기를 2027년 3월 31일로 놓고 두 경로를 날짜에 대입하면 차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항목묵시적 갱신계약갱신요구권
성립 방법양쪽 모두 통지 없음임차인이 갱신을 요구
기한 (만기 2027-03-31 대입)2027-01-31까지 아무 통지 없으면 성립2026-09-30 ~ 2027-01-31 행사
갱신 후 만기2029-03-31 (2년)2029-03-31 (2년)
차임 증액전 임대차와 동일 조건 — 증액 없음5% 이내 증액 가능
횟수 제한조문상 제한 없음1회 한정
임차인 중도 해지언제든 통지, 3개월 후 효력제6조의2 준용, 3개월 후 효력
임대인 중도 해지불가불가
임대인의 거절거절 개념 없음 (기간 내 통지로 차단)9가지 정당한 사유로 거절 가능

임대인이 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아홉 가지다. 2기 이상 차임 연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의 임차, 상당한 보상을 제공하기로 한 합의, 임대인 동의 없는 전대, 고의·중과실에 의한 주택 파손, 주택 멸실, 철거·재건축 필요,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속·직계비속의 실제 거주, 그 밖의 중대한 의무 위반이다. 실거주 사유가 이 목록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갱신요구권이 절대적 권리가 아닌 이유다.

서울 구도심 다세대주택 골목

차임 5%를 낼 것인가 말 것인가

두 경로의 금전 차이는 증액 여부 하나에서 나온다. 전세와 반전세, 월세 각각에 5% 상한을 대입해 2년 치 부담을 계산하면 이렇게 된다. 전세보증금 인상분의 이자 부담은 전세자금대출 금리 4%를 가정해 환산한 값이다.

계약 형태5% 증액 시 인상액묵시적 갱신 시2년 추가 부담
전세 4억원보증금 +2,000만원0원이자 환산 160만원
전세 6억원보증금 +3,000만원0원이자 환산 240만원
보증금 1억 / 월세 100만원 (월세에 반영)월세 +5만원0원120만원
보증금 1억 / 월세 100만원 (보증금에 반영)보증금 +500만원0원이자 환산 40만원

전세 4억 계약에서 갱신요구권으로 2년을 더 사는 비용은 보증금 2,000만원을 더 넣는 것이고, 그 돈을 대출로 조달하면 2년간 이자 160만원이 붙는다. 반대로 만기 두 달 전까지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같은 2년이 0원이다. 5% 상한 자체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계약갱신청구권 5% 계산법에서 다뤘다.

여기에 눈에 띄지 않는 항목이 하나 더 붙는다. 갱신요구권을 쓰면 그 권리는 소진되고, 2년 뒤 만기에는 같은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없다. 묵시적 갱신으로 넘어간 2년에는 그런 소모가 없다.

빈 방 창가에 선 30대 여성의 뒷모습

언제 말해야 3개월 뒤에 보증금을 받나

연장된 계약에서 임차인이 중간에 나가는 절차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가 정한다.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한다. 갱신요구권으로 갱신된 계약에도 이 조항이 준용된다.

기준점이 통지한 날이 아니라 임대인이 받은 날이라는 점이 실무에서 자주 어긋난다. 문자나 전화로 말한 날짜를 기준으로 3개월을 세었다가 임대인이 받은 적 없다고 하면 다툼이 된다. 내용증명이나 수신 확인이 남는 방식으로 통지하면 기산일이 분명해진다.

이사 날짜에서 역산하면 통지 마감일이 나온다. 2027년 9월 30일에 이사하려면 2027년 6월 30일까지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해야 하고, 다음 집 잔금일이 2027년 12월 20일이면 9월 20일이 마감이다. 다음 집 계약을 먼저 하고 통지를 늦게 하면 두 집 월세를 겹쳐 내는 구간이 생긴다.

임대인 쪽에는 대칭되는 권리가 없다. 묵시적 갱신이든 갱신요구권에 의한 갱신이든, 임대인이 임의로 중도 해지할 수는 없다. 3개월이라는 유예는 임대인이 다음 임차인을 구할 시간을 주기 위한 장치이지, 임대인에게 같은 해지권을 준 것이 아니다.

우체통에 봉투를 넣는 손

확인해볼 것

  • 만기에서 2개월 전 날짜 — 이 날이 지나면 묵시적 갱신이 확정된다. 만기가 3월 31일이면 1월 31일이 분기점이다.
  • 임대인에게서 온 통지의 형식과 날짜 —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온 갱신거절·조건변경 통지만 묵시적 갱신을 차단한다. 그 바깥의 통지는 요건을 채우지 못한다.
  • 갱신요구권 사용 이력 — 이미 1회 행사했다면 다음 만기에는 묵시적 갱신 성립 여부가 유일한 연장 경로가 된다.
  • 해지 통지의 도달 증거 — 3개월은 통지한 날이 아니라 임대인이 받은 날부터 센다. 수신 기록이 남는 방식인지 확인한다.
  • 임대인의 실거주 계획 — 갱신요구권 거절 사유 아홉 가지에 임대인과 직계존비속의 실제 거주가 들어 있다.
  • 차임 연체 상태 — 2기의 차임액에 이르는 연체가 있으면 묵시적 갱신도, 갱신요구권도 막힌다.

참고 자료